살며 살아가며/이런저런생각

화려한 휴가 後

by Fragments 2007. 8. 3.
화려한 휴가 포스터
어제밤 친구와 함께 심야영화를 보고 왔다.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했던 영화... 화려한 휴가. 영화를 보고 나서 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나서야 알수 있었다.

계엄군이 광주를 습격할때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 였다고 한다.  참 씁쓸할 제목이다. 포스터도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비극을 담고 있다.

2시간 정도의 영화는 보는 내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만큼 안타까움과 분노, 슬픔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이제까지 나온 어떤 영화보다도 5.18 사건에 대해서 잘 풀어낸 영화같다. 어떤 사람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저 그런 영화라고 폄하했지만, 영화가 보여준 그것이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실'이란 건 왜 보지 못한것인지 모르겠다.

정작 이 영화는 5.18에 대해서 정면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가족 사랑의 중심을 풀어낸 영화라고 한다. 하지만 보고 있는 내내 5.18이 가지고온 끔찍한 비극 앞에 27년이 흐른 지금에도 현실처럼 생생하게 분노를 느끼게 할만큼 핵심을 찌른 영화다.

고등학교때 교련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예비역 대령이셨다. 그분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80년 5월 휴가를 마치고 광주에 있는 부대로 복귀를 하려고 버스 터미널로 갔는데, 광주로 가는 버스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해서 보는데, 뉴스에서는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살펴보는데, 광주로 들어가는 길은 모두 막혔었다고 전해주셨다.

철저히 고립되었던 광주에서 힘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던 그 일이 오늘날에는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사실 우리 사회는 그 일을 넘어서 선진 민주주의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떠올리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오늘의 민주주의, 자유, 평화가 그들의 고귀한 죽음이 선물해준 것이기에 더더욱 의미를 되새겨야 하고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초등학생이었던 80년대, 아마도 87년도 일것이다. 전두환이 두번째 대통령을 하고 있을때 나는 고려대학교 주변에 살고있었다. 대학생들이 데모를 심하게 해서 동내 도로는 항상 최루탄 냄새로 진동했었다. 나도 길거리에 나가 있다가, 대학생 형들과 함께 어느 창고로 숨어든 적이 있었다. 숨어 있는 형들에게 난 이렇게 말했었다.

'도대체 왜 데모는 하는지 모르겠다고. 시민들에게 불편만 주고...'

그 창고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내 말에 응답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 말이 너무나 후회가 된다.
내가 내뱉은 그 말은 오늘날 5.18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는 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쓰레기 같은 말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무지가 나를 그렇게 한심하게 만들었지만, 오늘 이 시대에 지성인으로 불리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왜 그런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을 보고서도 애써 외면해 버리는 모습속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사형을 언도받았던 그 사람이 다시 풀려나고 떵떵거리며, 국회의원들의 인사까지 받으며 살고 있는 우리 나라는 참으로 대단한 나라다. 정말 억울함이 풀어져 그가 행한 놀라운 일들이 치하받는 것이라면 할말 없겠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인데, 나라에서도 그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분개할 뿐이다. 아니 사실 어떤 조치도 취할수 없다는 것이 그가 행한 일의 결과로 이룩된 거룩한 민주주의의 정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살았고 만들었던 그 시대 같으면 그에게 해꼬지 할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법이 있고, 법에서 정한 것 외에는 어떤 것도 할수가 없다. 헌법에서 정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미 그는 법앞에서는 결백하다. 모든 것을 다 '해내지' 않았는가.

5.18 민주화운동의 최대 수혜자는 그 사람이다.

영화에서는 정치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사항을 말하지 않는다. 감독도 최근 대선과 관련하여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런 내용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서처럼 '오늘도 그 정신과 그 사람들의 피로 얼룩진 인생'을 잊지 않기를 바랄뿐인거다.

결론적으로 화려한 휴가를 한번 보라! 그날을 기억하라! 그리고 오늘날 민주주의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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