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살아가며/이런저런생각

나의 가장 멋진 로보트

by Fragments 2002. 10. 28.
난 천하무적 로보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지는 꽤 되었습니다.
성능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많은 대회에서 1등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끼는 로보트랍니다.

요즘에 이 로보트는 예전같지가 않습니다.
팔 다리에 이상이 생긴것 같고
움직이는데에도 기운이 넘쳐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습니다.
어쩔땐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예전엔 내가 시키는대로 다 했습니다.
이쪽으로 움직이라고 하면 움직이고
멈추라고 하면 멈추었습니다.
방청소 하라고 하면 해주었고
배고파서 밥달라고 하면 밥도 해주었습니다.

요즘엔 내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습니다.
아니 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베터리가 다 되었나 봅니다.
하긴 꽤 오래 썼으니까요.
오랫동안 함께 지냈던 탓인지
로보트는 가끔씩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저도 그것이 안타까워 베터리를 바꾸어 주고 싶지만
하도 구식이어서 그런 베터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동안 나는 로보트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습니다.
나랑 말도 통하지 않고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내 마음을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그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지났기 때문일까요?

나도 이제 로보트가 되어서
그때가 되면 이해할수 있을까요?

내 옆에 있는 로보트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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