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 성경 번역본에서 전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시내산에 도착한 날짜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후 신광야를 거쳐서 시내산에 도착하게 된다. 시내산에 도착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경험하고 돌에 새겨진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을 받는다. 이스라엘에게 율법이 생긴 너무도 중요한 일이고 장소이고 시간이다. 그런데 이 율법을 받은, 시내산에 도착한 때가 언제인가 하는 문제는 쉽지 않다. 그 내용을 전하는 출애굽기 19:1의 말씀이 그 날짜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문제 없이 보일 수 있겠지만, 도착한 날짜를 각각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다양한 번역본들이 있는 걸 보면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을 떠난 지 삼 개월이 되던 날 그들이 시내 광야에 이르니라 (개역개정)
개신교가 사용하고 있는 개역개정 성경을 보면 ‘삼 개월이 되던 날’ 도착했다고 나와 있다.KJV 성경도 동일하게 말씀하고 있다.
In the third month, when the children of Israel were gone forth out of the land of Egypt, the same day came they into the wilderness of Sinai. (KJV)
삼 개월이 되던 날은 언제일까? 출발한 날을 기준으로 삼 개월이니 출애굽한 1월15일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에 도착한 날짜는 1월15일로부터 정확하게 3개월이 되던 날 즉 4월15일이라는 말이된다. 쉬운성경과 메시지 성경도 동일하게 말씀하고 있다.
이집트를 떠난 지 꼭 석 달 만에 이스라엘 백성은 시내 광야에 이르렀습니다. (쉬운성경)
이집트를 떠난 지 세 달이 지난 뒤에 이스라엘 자손은 시내 광야로 들어갔다. (메시지성경)
가톨릭성경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뒤 셋째 달 바로 그날, 그들은 시나이 광야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이 시내산에 도착한 날짜는 4월15일이 아닌 3월1일이라고 말씀한다. 셋째 달, 즉 3월을 말하고 바로 그날이라고 표현하여 3월의 첫날을 표현하고 있다. 다소 헷갈리지만, 가톨릭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날짜는 3월1일이다.
개역개정을 편찬한 ‘대한성서공회’에서 좀더 쉽게 이해하기 쉬운 성경 번역으로 출판한 ‘새번역’ 성경에서는 가톨릭 성경과 같은 3월1일이 도착일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리고 보다 분명하게 셋째 달 초하룻날, 즉 3월1일이라고 말씀한다. 가톨릭 성경보다 더 분명하게 날짜를 언급하고 있다. NIV 성경도 새번역 성경과 동일하게 해석한다.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뒤 셋째 달 초하룻날, 바로 그 날 그들은 시내 광야에 이르렀다. (새번역)
On the first day of the third month after the Israelites left Egypt—on that very day—they came to the Desert of Sinai. (NIV)
그러나 완전히 다르게 번역한 성경도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후 시내산에 도착한 날짜가 2개월 후라고 말씀하고 있다. NLT 성경은 정확하게 2개월후라고 밝히고 있어, 그 날짜가 어떤 의미가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까지 한다.
The Israelites left Rephidim. Then two months after leaving Egypt, they arrived at the desert near Mount Sinai... (CEV)
Exactly two months after the Israelites left Egypt, they arrived in the wilderness of Sinai (NLT)
Two months after the Israelites left Egypt, they came to the desert of Sinai. (GWT)
이 번역본들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1월15일에 출발했으니 2개월 후, 3월15일에 시내산에 도착한 것이된다.
2. 히브리어 성경에서 말하는 그 날짜
여러 성경이 도착한 날짜를 각각 다르게 번역하고 있다. 성경을 읽는 성도들은 혼란스럽게 된다. 날짜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도대체 어떤 부분이 맞는 것일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언제 도착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번역성경을 보기만 했는데, 원어에서는 어떻게 말씀하고 있을까? 결국 이 원어를 보고 번역을 한 것이기 때문에 처음 기록된 <히브리어> 성경은 무엇이라 말씀하고 있을까? (물론 각 번역본이 이 히브리어 성경만을 보고 번역하지는 않았다. 또 이 원어 성경은 원본도 아니고 사본에 불과하다-지구상에 원본은 남아 있지 않고 사본만 있을뿐이다. 또 다양한 원어성경의 판본도 존재한다.) 우리 개역개정성경이 대본으로 삼았던 히브리어 성경 <슈투트가르트 히브리어 성경 BHS>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בַּחֹ֨דֶשׁ֙ הַשְּׁלִישִׁ֔י לְצֵ֥את בְּנֵי־יִשְׂרָאֵ֖ל מֵאֶ֣רֶץ מִצְרָ֑יִם בַּיֹּ֣ום הַזֶּ֔ה בָּ֖אוּ מִדְבַּ֥ר סִינָֽי
히브리어 성경을 보면, 2개월후라는 말은 나오지 않고 ‘세 번째 달’에 도착했다고 되어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단어까지가 '바호데쉬 하셀리쉬' בַּחֹ֨דֶשׁ֙ הַשְּׁלִישִׁ֔י 표면적으로는 ‘세번째 달’에라는 의미이다. 히브리 성경도 우리 개역개정성경과 비슷하게 다소 모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히브리 성경에서 말씀하고 있는 세번째 달에라는 표현은 위에서 살펴본 다양한 해석 <4월15일, 3월15일, 3월1일>중 어느 해석을 지지하는 것인가? 과연 이스라엘 백성들은 언제 시내산에 도착한 것일까?
3. 고려해야 할 요소
이것을 해석함에 있어서 흔히 고려되는 것이 오순절 사건이다. 신약의 사건과 구약의 사건을 유비적 사건으로 연결지어 해석하는 것이다.
신약에서 예수님은 ‘유월절’에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 우리를 구원해내시고, 50일 후 ‘오순절’에 약속하신 성령님이 불처럼 제자들에게 임재하셨는데, 구약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유월절’에 애굽왕 바로로부터 탈출시켜 구원해내시고, 그로부터 50일이 지난 후인 ‘오순절’에 시내산에 도착해 율법을 주신 사건으로 이해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해석의 흐름을 따라가면, 이스라엘은 1월15일 유월절에 애굽을 떠났고, 그로부터 50일 후인 ‘오순절’에 하나님을 만나서 율법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50일 후의 날짜는 3월5일이므로, 앞서서 살펴본 3개월이 지난후 도착했다는 4월15일 번역과, 2개월 후에 도착했다는 3월15일 번역은 선택할수 없게 된다. 새번역과 가톨릭성경은 3월1일 도착했다고 번역하고 있는데, 그 번역본만이 위 이론에서는 적절한 번역이 된다.
새번역의 '셋째 달'을 출애굽한 후 3개월이 흐른 뒤로 이해할 것인지 3월인지로 이해할것인지 국어표현의 난해한 감이 있지만 새번역에서 번역주로 '시반월'이라고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출애굽한 달이 아빕월로 1월이 되게 하셨고(출12:2, 13:4) 이야르월이 2월, 시반월이 3월인것을 고려하면 3월1일로 해석되는것이 맞으므로 적절하다.
그런데 위 번역본을 따르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성경은 3월1일 도착했다고 되어 있지 3월5일 도착했다고는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0일에 맞는 날 수가 아니다. 1월15일부터 3월1일까지는 45일이 된다(1월은 31일, 2월은 28일, 3월은 31일로 되어 있어서 16+28+1=45일). 따라서 시내산에 도착한건 45일째이다.
이 문제는 출애굽기 19장 나머지 본문을 살펴보면 해결이 된다. 시내산에 도착했다고 보도하는 19:1 이후 19:3을 보면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가서 하나님을 만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내려와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19:7).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제사장나라 백성 삼으시고 하나님은 그들의 하나님이 되어주실 것이라는 제안을 백성들에게 전달하고 백성들은 말씀하신대로 다 행할것이라는 응답을 하나님께 전달한 것이다.
한라산이 해발 1947미터인데 정상까지 등정하는데 4시간 30분이 걸린다. 오르기 쉽게 잘 정리된 길을 따라 올랐을 시간이 그렇다. 그런데 현재 시내산으로 추청되는 산은 해발 2290미터이다. 80세 노인 모세가 정비되지 않은 험한 산을 전문 장비도 없이 그냥 올라가서 하나님을 만나는 사건이다. 얼마나 걸렸을까? 야간에 전등이 켜져 있는 것도 아닐 것이기에 하나님을 한번 뵈옵고 오는데 하루는 걸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19:2~15절까지에서는 최소 이틀 정도가 소요된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모세는 하나님을 한번 뵙고 말씀을 듣고 내려와 백성들에게 전한후 응답의 내용을 다시 하나님앞에 올라가서 뵈옵는 두번의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모세가 백성들과 함께 며칠동안 지체하지 않았다면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나님을 두 번째 뵙고 내려온 후 모세는 당일을 포함해 3일을 지낸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이틀동안 성결하게 한 후 셋째 날 하나님을 뵈러 시내산 근처로 백성들과 함께 올 것을 명령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만난 당일을 포함하여 3일의 시간이기 때문에 앞서 하나님을 뵌 이틀 그리고 성결케 하는 시간 이틀을 더하면 4일이 지난 시간이다. 16절에서는 드디어 셋째 날 백성들과 함께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세 혼자 산에 올라(20절)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내려와 아론과 함께 올라올 것을 명령하신다(24절). 그렇다면 여기에서 또 하루가 소요되었을 것이다.
4. 결론적으로 시내산에 언제 도착했는가?
정리해보면 3월1일(45일째 되는 날) 시내산에 도착했고, 모세는 하나님을 두 번 뵈었다(47일). 이후 이틀 동안 성결케 하는 시간을 가진 후 삼일째 하나님을 뵈러 모였다(49일). 모세만 하나님을 만나러 올라갔다 내려온 후 다시 하나님앞에 올라가서 십계명과 율법의 말씀을 받았다(50일).
1월15일 - 유월절 애굽 탈출/ 3월1일 - 시내산 도착/ 3월6일 - 시내산에서 율법 받음
이스라엘 백성들은 유월절에 애굽을 탈출하여, 오순절(유월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에 하나님을 만나 율법을 받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신약으로 오면 유월절에 예수님이 유월절 어린양으로 돌아가시고, 오순절에 성령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사건이 나타난다.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 도착한 날짜는 언제인가? 이와 같은 유비적인 관계가 내포되어 있다면, 성경에서는 시내산에 도착한 날짜가 3월1일이라고 말씀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행히도, 출애굽기 19:1의 히브리어 בַּחֹ֨דֶשׁ֙ הַשְּׁלִישִׁ֔י <바호데쉬 하셀뤼시>의 '호데쉬'라는 단어는 성경에서 일반적으로 ‘달'의 의미를 가지고 사용되는데, 그 안에는 ‘그 달의 첫번째 날'이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히브리어 성경과 신구약 성경의 신비한 유비적 관계를 생각해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시내산에 3월1일 도착했고, 그 뒤 5일 후 50일째 되는 날, 즉 오순절에는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사실은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만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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