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지금까지 50여년동안 나그네 인생이다.
한번도 어딘가에 정착해서 산적이 없는것 같다.
고등학교 학생때까지 이사만 25번을 더 다녔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가계를 꾸리셔야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그네인생에서 가장 핵심은 집이다.
온전한 집에서 제대로 살아본적이 없다.
그래서 늘 인생의 90%는 반지하에서 살았다.
늘 습기가 있고 곰팡이가 나오는 그런 집.
그래서 이사갈때마다 집을 보러가면 그 집에 습기, 곰팡이가 없는지부터 찾는게 일순위다. 주인이 그런거 없다고 해도 코에 먼저 느낌이 오는 그런 곳들이 많았다. 그래서 장판 한 켠을 열어보면 습기가 흥건하게 있는 곳들이 많았는데 이것도 나름 익숙해진 나만의 기술이랄까 싶다.
중학교때에는 하천 둑방 아래쪽에 산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으로 바퀴벌레가 날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바퀴벌레 십수마리가 방안을 날아다니는 경험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동안 더 심했던 건, 비가 많이 오는 시절이 되면 늘 방안에 물이 차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었다. 그때 동사무소에서 빌려주는 물퍼주는 전기양수기(?)를 동원해 퍼내는게 일상이었다. 반지하 특성상 물이 들어차면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비가 많이 오고 집에 물이 차기 시작했을때... 문득 그 시간이 새벽시간이라 혹시나 옆동네에 사는 000님이 새벽기도때문에 주므시느라 물이 차는걸 모르고 주무실까봐 우리집을 팽개치고 그 집으로 달려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동네는 전혀 요란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와서 깨달았다. 이 동네는 괜찮을뿐더러, 그분의 집은 2층이었다는 사실.... 그 때 처음 내 현실을 자각했던것 같다...
이런 경험 때문에 아이들에게만큼은 반지하에 살지 않게 하자, 정착하게 해주자 라고 결심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내가 목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일을 해온 방식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를 보면 내가 돈을 못벌 사람은 아닌것 같다. 그런데 늘 내 선택은 목회적 선택이었고 흘려보내는 선택과 어떤 일을 하고 대가를 바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에 의해 순종하는 기쁨을 더 찾고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결과는 아직도 나그네이고 정착하지 못하는 삶이다.
엊그제 이제 집주인이 들어오게 되어 우리가 이사를 가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여기 우리집 아니었어요? 그런다.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서였나보다. 뭐 굳이 이런 현실을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제집처럼 평안히 살아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남이 보기엔 여느 사람들과 동일하게 보이는데, LH의 도움으로 그렇게 살고 있다. 아이들 덕분에 2억 가까운 전세금을 지원받아 이 아파트에 들어올 수 있었다. 정부의 지원은 온전히 그 지원금으로 갈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고 늘 조금씩 부족해서 그 나머지를 구하는게 너무 어려웠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올때에도 부족한 금액을 빌리고 매월 월세로, 그리고 집주인에게 부족한 전세금 대신에 월세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월세 생활만 벗어나도 수월할텐데 가난한 사람은 월세의 굴레에 빠지면 그 생활을 벗어나기가 사실상 너무 힘들다. 거주하는 비용으로 들어오는 수입의 대부분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또 이사를 가야해서 집을 구하는데 전세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이사까지 1달이 남았다. 열심히 찾고 또 찾을거다. 다행히 좋은 부동산 사장님이 계셔서 잘 찾아주시고 계시다.
염려는 안한다. 다만 우리에게 가장 좋은 조건을 찾아보고 안되면 차선으로 가면 된다.
우리보다 더 힘들게 사시는 분들도 계신데 지금 우리 생활은 너무 좋고 감지덕지다.
차도 있는데.....
우리 생활에 차는 사실상 분에 넘치는건데, 장애인 어머님때문에 어쩔수 없이 무리한 선택을 했었다. 어머님이 응급실 가는게 일상이었던 그때, 나도 집을 비우는게 자주였는데....한번은 응급차가 오기에는 조금 애매한 상태였을때 응급실에 가야해서 택시를 불렀는데.... 일산에서 택시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어머님은 아프다고 하소연 하시는데... 그때 차를 사기로 결정했다. 잘 했다고 생각한다. 어머님이 작년에 돌아가시기전까지 그 차는 그렇게 잘 사용했다. 어머님께 효도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그거라도 제대로 해서 다행이다.
우리 인생은 어차피 나그네 인생길 아닌가.
그걸 알면서도 2년마다 이사를 가게 되면 여러 생각이 든다. 이게 또 몇번째 이사인가.
아이들 학교를 전학가고 싶지 않다는 그 소박한 꿈을 좀 들어주려다보니 동네 근처에서 알아보니 더더욱 집이 없다.
이런 삶이 과거에는 굉장히 싫었다.
왜 우리집은 항상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부지 학생때... 그래서 선생님이 집에 찾아 오신다고 했을때 너무 싫었던 기억이 난다. 방한칸에 살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 학생의 자존심이랄까... 영화속에서나 봤었던 장면인데 내 현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학생때에는 내 방이 있는 삶, 지하가 아닌 집에서 사는 것이 가장 최고의 가치였다.
그래도 이제는 정부에서 지원도 해주어, 지상에서 살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요즘은 LH 전세에 응하는 집주인들도 많이 나타나서 더 다행이다.
그냥 집을 구하러 다니다 보니 행복한 옛생각이 갑자기 떠올라 주저리주저리 적었다.
아내가 이런 부분에 어려워하지 않아 감사하다.
아이들도 구김살없이 자라주어 감사하다.
그럼에도 늘 공급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
돈을 목표로 살면 조금은 더 좋아지겠지만, 현실때문에 그러한 삶을 목표로 살지 않고 있는 내 중심, 내 마음에도 감사하다.
아이들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너도나도 돈에 목표를 두고 사는 삶이 한창인고 앞으로는 더 그러할텐데
그럴때 참으로 인간적인, 하나님의 사랑이 중심이 되는 그러한 삶을 아이들이 살아나가면 좋겠다.
온 세상을 사랑하고 헌신하고 희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살기를 소망한다.
부자여서 가난한자의 삶을 모르고 살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우리 형편이어서 아이들이어서 감사하다.
다만 하나님
이번에도 이사갈 집이 있게 해주시고
그곳에서도 잘 사역 감당할 수 있게 해주시고
그리고 저희들은 또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