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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ociety/유용한 글

불량음료들의 양심고백

by 길목 2005. 8. 12.
『 불량음료들의 양심고백 』

“우릴 물로 보지 마세요!”

자주 목이 마르다고 느껴지는 여름철. 길 가다 목이 말라 가게에 들어가면 물보다 음료상품들에 더 손이 많이 가곤 한다. 그런데 “차라리 맹물을 드세요”라고 외치는 불량음료들의 양심고백을 들어보자.

바나나우유_ 붕어빵에 붕어 없고 바나나우유에 바나나 없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라는 노래가사와 함께 예쁜 여자아이가 간절히 원하는 눈빛을 보내는 바로 그 음료가 바로 저, 바나나우유입니다. 넉넉한 양에 반투명의 산뜻하고 아담한 팩은 나의 자부심! 제일 잘 나가는 한 업체에서만 연간 2억개(1년 소비량이 5만톤)가 팔려나갑니다. 그 업체는 연간 판매 1천억원 고지에도 도달했다죠?

마실 때 보통 떼어버리거나 빨대를 꽂기만 하지 잘 들여다 보지 않으시지만, 저는 이미 뚜껑에 제 출신성분을 낱낱이 밝혀 놓았다구요. ‘액상과당, 백설탕, 치자황색소, 바나나향’이 라고. 이 순간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실제 바나나가 아니라 ‘바나나향만’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센스!

또 통통한 바나나껍질색을 진짜 우려낸 듯 닮은 제 피부색의 비밀은 바로 치자황색소랍니다. 원래 치자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일본에서도 위험등급 3급으로 분류돼 있어요. 쥐에게 치자황색소를 체중 1kg당 0.8~5g 경구 투여했더니 설사증상이 생기고, 간장에서 출혈현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대요.

바나나가 없는데도, 들어가 있을 것이라 믿게 만드는 건 바로 인공 바나나향 때문이죠. 인공향은 보통 수백 가지 화학물질로 만들어요. 저와 쌍벽을 이루는 딸기우유 같은 친구뿐 아니라 초코우유, 커피우유도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거죠, 뭐. 오히려 인공향으로 비슷하게 냄새만 피우는 저보다 초코우유나 커피우유 친구들은 그래도 ‘실제’ 코코아나 커피 분말을 썼으니 자신들이 낫다고 항상 거들먹거리죠.

사실 초코우유 녀석은 실은 코코아분말로 만들어지는데, 자꾸 가루가 가라앉으니 우유점성을 높여주는 ‘카라기난’(일본 위험등급 4급)이라는 안정제를 넣으니 저보다 나을 것도 없는데…. 제가 거짓말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우유곽을 보시면 다 써있다니까요.
사정이 이러니 우유드실 거면 실은 그냥 흰 우유 드시는 게 제일 나은데, 어린 친구들이 또 맛이 덜하다고 흰 우유는 잘 안 먹죠? 에휴, 다 제 탓입니다.

청량음료_ “나를 물로 보지 마”

어떤 사람은 ‘미국의 문화재’라고도 치켜 세워주시지만, 또 어떤 분은 저를 가리켜 “가공식품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의 백미”라고까지 하시더군요. 뭐, 할 말 없습니다. 그래도 저를 낳은 곳이 세계 최대 음료회사라니, 지금도 잘 나간다는 거 아닙니까.

그 회사 창고에는 액상과당, 탄산가스, 캐러멜색소, 인산, 향료 이 다섯 가지만 있어요. 극소수의 임원들만 제조비법을 안다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닌 거죠. 아무튼 그 다섯 가지만으로 콜라를 만든다는 거, 어찌 보면 놀랍지 않습니까.

콜라가 충치를 유발한다는 건 이제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 버렸지만, 안에 든 캐러멜색소는 또 유전자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물질이라네요. 한살림춘장은 안전성을 위해 캐러멜색소를 빼고 만들었다니까, 그러니 한살림춘장으로 만든 자장면 색깔이 이상하다는 얘긴 그만 해야 해요. 그리고 콜라에 들어가는 인산도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고 하고요.

저칼로리라는 명목으로 ‘다이어트’가 앞에 붙는 것들도 있는데, 여기엔 당질이 아닌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이나 스테비아 같은 감미료를 써요. 아스파탐도 그렇고 국화과 식물 스테비아에서 나온 성분으로 만든 스테비아는 설탕보다 200배까지 달죠. 그렇지만 스테비아 잎에 생식독성이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에선 정부가 못 쓰게 한다네요.

콜라가 나쁘다고 다들 얘기하니 사이다를 많이 드시는데, 사이다도 원료가 정제당과 향료니 다 거기서 거기예요. 호랑이 피하려고 늑대 굴에 들어서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그럼, 몸에 좋은 과즙이 들어간 음료만 골라 먹어야겠군’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음료에 들어가는 과즙은 더 오래, 더 간편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가열해서 보통 5~7배 부피가 줄어들도록 농축한 거예요. 음료에 과즙 5%를 사용했다는 건 5배 농축한 과즙 1%를 사용했다는 말이고요. 농축과정에서 원재료의 향이 날아가 버려서 따로 인공향을 넣곤 해요. 그리고 ‘원재료 100%’라고 겉에 써 있어도 실은 설탕이 9.9%쯤 들어가 있는 것이고요.

요즘엔 집집마다 냉장고에 페트병으로 청량음료를 사놓으니 어린 친구들이 날마다 제한없이 마셔대서 ‘페트병 증후군’까지 나타나고 있다더군요. 누군가 “자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어릴 때부터 물 마시는 습관을 길러주라”더군요. 저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를 물로 보지마.”

드링크류_ “피로가 회복되는 게 아니라 더 쌓여요”

1961년부터 장장 40년 간 의약품 분야에서 계속 1등하고 있는 ‘○카○’. 실은 저, 청량음료보다 정제당이 더 많이 들어있어요. 거기에 향료로 맛을 내고, 카페인같은 각성제와 방부제가 들어간 거죠.

원료라고 적혀있는 것 중에 카페인 나쁜 건 아실테고, 안식향산나트륨은 뭐냐고요? 소르빈산나트륨하고 쌍벽을 이루는 방부제죠. 이게 5% 들어간 사료를 4주 간 계속 먹은 쥐가 신경과민, 요실금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죽었대요. 1kg당 1g을 250일간 먹였더니 개가 간질성 경련을 일으키더니 역시 죽었고요. 태아의 정상 발육도 저해한대요. 일본에선 위험등급 4급이랍니다.

요즘 광고에선 정겨운 사람들에게 선물로 들고 가라고 하는데, 솔직히 제가 그 정겨운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게 못 된다는 걸 압니다. 저를 그만 좋아하셔도 돼요.
한혜영 사)한살림 사무국 gill@ournature.org
참고: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안병수 씀/ 국일미디어)
『먹지마, 위험해!』(일본자손기금 지음/ 해바라기)

이런 마실거리 어때요?
호박주스
재료: 단호박 1개, 두유 1컵, 꿀(0.2)
1. 단호박 1개를 얇게 썰어 찜통에 넣고 찐 뒤 썰어놓는다.
2. 찐호박을 두유 1컵과 함께 믹서기에 넣고 간다.
※그릇에 담은 후 꿀을 넣고 저어준다.

매실스무디
매실원액 3컵, 두유 1컵, 물 1컵
1. 재료들을 섞는다.
2. 얼음용기에 부어서 냉동고에 넣고 3시간 이상 얼린다.
3. 단단하게 언 2를 꺼내 빙수기로 곱게 간다. 그릇에 수저로 꾹꾹 누르면서 담고 빨대를 꽂으면 된다.
참고:『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녹색연합 엮음/ 북센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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